이토록 여행자들을 두근거리게 하는 대륙이 또 있을까? 잉카 문명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마추픽추,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 불리는 우유니 소금사막, 하늘을 집어 삼킬 듯 거대하게 쏟아지는 이과수 폭포, 지구의 허파 아마존,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 트레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성지 토레스 델 파이네, 남극을 향해있는 세상의 끝 우슈아이아, 탱고와 낭만이 가득한 부에노스 아이레스, 이름만 들어도 흥겨워지는 카니발의 도시 리우… 정열적인 분위기와 웅장한 자연 경관이 어우러진 신비의 대륙, 남미. 하지만 무턱대고 건너 가기엔 왠지 모를 낯설음에 걱정이 먼저 앞선다. 미디어에선 그곳에서 일어나는 무서운 사건 사고 소식만 들리는 듯 하다. 그렇다! 가슴 뛰는 모험도 좋지만, 여러분의 안위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미지의 대륙 남미로 여행을 꿈꾸는 여러분께 여정을 좀 더 쉽고 안전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팁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은 남미 대표 여행지 5개국 –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 중심으로 쓰여졌음을 밝힙니다.)
#1 남미 여행의 준비
- 일정 계획은 여유롭게 짜자
유럽에서 기차 여행하듯 항상 정해진 스케줄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도시간 교통편은 대부분 버스를 이용할 것이다. 현지에 가지 않는 한, 시간표를 한국에서 찾아보기도 어려울 뿐더러 현지에서 예매를 한 티켓도 시간이 갑자기 바뀌기도 하고, 취소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저렴한 티켓은 현지 버스 터미널에서 여러 버스 회사를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봐야 구할 수 있다. 이것이 남미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니, 일정은 앞뒤로 버퍼를 두고 여유롭게 짜도록 한다. - 스페인어를 공부하자
남미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반드시 스페인어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페인어를 기초라도 익히고 간다면 남미 여행의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터미널에서 티켓을 사거나, 시장에서 맘에 드는 물건을 살 때 흥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뿐더러 현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 혹시 누가 아는가? 남미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될지.
최소한 숫자는 1부터 100까지는 알고 가는 것이 좋으며, 신체나 동작, 주변 사물, 동물 등을 나타내는 기초 어휘 정도는 외워가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나… 배고프다… 매우. 음식… 어디? 버스… 얼마? 30 비싸다. 20 원한다. 고마워. 기쁘다. 나의 친구… 최고.” 모자라 보이겠지만 적어도 벙어리보단 낫다.)
공부할 시간이 있다면, 책은 넥서스에서 나온 <초급 스페인어>를 추천한다.아이폰/아이패드 앱스토어에 개인적으로 완전 유용했던 <국가대표 스페인어 완전 첫걸음>이라는 앱이 있었으나 언제부턴가 지원을 중단하고 사라져버렸다ㅠ 하지만 이미 대체하고 있는 비슷한 스마트폰/태블릿 용 교재가 많다.(실제로 필자가 유용하게 본 책임! 광고글 아닙니다ㅠ) - 네이버 카페 남미사랑을 가입하자
한국어 남미 여행 관련 정보 컨텐츠는 이 곳을 따라올 곳이 없다.
가입해두면 언젠가는 꼭 필요해질 일이 생길 수 있으니 미리 가입하도록 하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같은 이름의 호스텔도 운영을 하시며, 이미 한국인 배낭여행자들에겐 성지가 된 곳이다. 혼자 가기 두렵다면 동행을 구하기도 쉽고, 많은 추억도 쌓을 수 있으므로 굳굳! (역시 광고글 아닙니다ㅠ) - 반드시 필요한 준비물들을 숙지하고 챙기자
남미 여행을 위해 다른 곳과는 달리 꼭 신경써야할 항목들이 있으니 반드시 챙기도록 한다.
– 황열병 접종 카드 (옐로우 카드) : 볼리비아를 방문한다면 현지에서 볼리비아 비자 발급을 위해 사전에 한국에서 접종받아야 한다. 국립의료원, 인천공항 검역소 등에서 접종받을 수 있으며, 접종 후에 사람에 따라 며칠간 몸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웬만하면 여행가기 수 일 전에 접종받는 것이 좋다. 이전엔 한번 받으면 유효기간은 10년이었으나 2016년부터 유효기간이 평생으로 확대되었다. 예전 10년 짜리로 받은 사람들도 갱신하면 평생 소지할 수 있다.
– 침낭 : 아무리 캠핑을 안 한다고 하더라도, 침낭이 필요한 순간은 불현듯 찾아올 수 있다. 저렴한 호스텔을 찾다 보니 침대만 떡하니 있고 이불은 없을 수도 있고, 고산 지대에서 야간 버스로 넘어가다가 밤 중에 한기가 서려올 수도 있다. 배낭에 얇은 경량 침낭이라도 하나 갖고 간다면 꽤 든든할 것이다.
– 겨울 옷 : 여름에 남미를 여행한다고 하더라도, 고산 지대에 간다거나, 남쪽 파타고니아 지역에 간다면 추위로 고생할 수 있다. 패딩 점퍼나 바람막이 등 겨울 옷을 꼭 준비하도록 한다.
– 선크림 : 남미의 햇살은 매우 강하다. 적도와 가까운 도시를 여행할 수록, 고지대에 있을 수록 태양과 더 가까워질 것이다. 우습게 보고 나갔다가는 하루만에 현지인이 된 자신을 거울 속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SPF 숫자 높은 제품으로 꼭 챙겨가도록 하자. 워낙 햇살이 강해서 사실 발라도 탄다. 그래도 안 바른 거보단 낫다.
– 선글라스 : 눈 부셔 베베. 썬글라스 베베. 위와 같은 이치로 선글라스도 꼭 필요하다. 필자는 여행 도중 선글라스가 깨지는 불상사가 발생하여 여행 후반부를 선글라스 없이 다녔는데, 사진 속 표정들이 한결같이 눈 찌푸리고 있다.
– 자물쇠/안전 케이블/복대 등 보안 용품 :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남미에선 여행 도중 털리지 않는 것이 최대 과제이다. 배낭 지퍼는 자물쇠로 채워 다니 도록 하고, 숙소에서 짐을 두고 다니더라도 케이블로 항상 묶어두는 것이 좋다. 여권이나 비상금 등 중요한 품목은 복대에 넣어서 안전하게 보관하자. 보통 유럽 여행을 갈 때에 복대를 마련해 놓았다가 막상 나가보니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고 스타일도 살지 않아 쳐박아 놓는 경우가 많은데, 남미에서는 꽤 유용하게 될 것이다.
#2 남미 여행을 즐기기
- Comemos! 먹자!
오로지 남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미식의 향연. 아무리 가난한 배낭여행자일지라도 남미가 아니고선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은 절대 놓치지 말자! 여기 추천하는 남미 음식들을 소개한다. (개인적인 취향이 살짝 반영되었음을 감안해주세요)
– 세비체 Ceviche : 생선회를 좋아한다면 페루나 칠레에 갔을 때 세비체를 꼭 맛보도록 하자. 탱탱한 생선 살코기와 새우, 낙지 등이 야채와 함께 뒤섞여서 레몬즙으로 시큼하게 간을 한 페루/칠레식 회무침이다. (페루와 칠레 중 어디가 원조인지는 각자의 의견이 분분하다.) 아무래도 해산물이기에 신선한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이 좋다. 페루의 잉카콜라나 칠레산 와인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잘 어울린다. 다만 한국식 초고추장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한다.
– 뜨루차 Trucha : 티티카카 호수 주변의 도시나 섬에 가게 되면 반드시 맛봐야 할 요리가 뜨루차(송어) 구이다. 하늘과 가장 가까워 하늘빛과 가장 닮았다는 드넓은 호수, 티티카카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자라난 그 힘찬 송어를 잡아 고소한 기름을 두르고 자글자글 구워 접시에 담아낸 뜨루챠 구이를 먹어보자. 티티카카의 전망이 훤히 보이는 식당이라면 더더욱 좋다.
– 엠빠나다 Empanada : 남미 전역에서 먹을 수 있는 남미식 대형 군만두다.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대부분 고기가 가득한 속을 만두피 같은 빵 속에 싸서 만두처럼 구워낸 것이다. 속 재료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것이 매력. 엠빠나다 전문 레스토랑도 있는가 하면, 길거리 음식으로도 흔히 볼 수 있다. 두 손 가득 쥐어지는 큼지막한 엠빠나다를 들고 입을 크게 벌려 한 입 베어먹으면 그 포만감에 그보다 행복할 수가 없다.
– 꾸란또 Curanto : 칠레 칠로에 섬의 향토 음식으로, 조개, 닭고기, 소시지, 감자 등 육해공 재료를 모아서 끓여낸 요리다. 조개가 우려진 얼큰한 국물과 닭고기의 부드러움, 고기의 깊은 맛이 일품. 식전주로 새콤달콤한 피스코 사워(Pisco Sour)를 마시면 아주 잘 어울린다고 한다.
– 아사도 Asado : 아르헨티나에 갔으면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소고기다. 아르헨티나의 드넓은 팜파스 초원지대에서 방목되어 자란 소들은 육질이 아주 좋기로 유명하다. 또한, 아르헨티나는 소의 숫자가 전체 인구의 2배로 1인2소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로 즐길 수 있는 나라다. 아르헨티나에서 소고기를 먹는 대표적인 방식이 바로 아사도인데, 아르헨티나의 카우보이인 가우초(Gaucho)들이 예로부터 소고기를 즐겨왔던 방식으로, 소 한 마리를 통째로 긴 꼬챙이에 꽂아 육즙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숯불 위에서 서서히 구워먹는 방식이라고 한다. 아끼고 아끼며 다니는 가난한 배낭여행일지라도 아르헨티나에서만큼은 아사도 전문점을 찾아 호사를 부려보자. 혀 끝에서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소고기의 식감에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 엘라도 Helado : 많이들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는 사실 아이스크림이 맛있기로 유명한 나라다. 원래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가장 이태리스러운 나라다. 이탈리아계 이민자가 실제로 많은 수를 차지하며, 그 때문인지 아르헨티나식 스페인어는 남미에서 가장 억양이 별나고 이태리스럽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곳곳엔 이태리 문화가 배어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탈리아의 젤라또와 비슷한 아르헨티나의 “엘라도”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엔 유명한 엘라도 전문점이 널려있는데, 특히 Freddo라던지, Persicco, Munchi’s 등은 시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집에 들어가던지 다 맛있어 보이는 다양한 맛으로 손님들을 반기고 있어 주문 시 꽤 고민하게 만든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아이스크림 광신도이기에 부에노스 아이레스 여행 당시 수 많은 엘라도 전문점들 때문에 정신을 못 차렸었다. 우유와 설탕을 졸인 아르헨티나식 캐러멜인 둘세 데 레체(Dulce de Leche) 맛을 강추한다.
– 슈하스꾸 Churrasco : 아르헨티나에 아사도가 있다면 브라질에는 슈하스꾸가 있다. 츄라스코, 슈라스꼬, 슈하스꼬 등 다양한 표기가 있지만 현지 포르투갈어와 가장 발음이 가까운 슈하스꾸로 표기하겠다. 땅덩어리가 넓은 브라질 역시 드넓은 팜파스 지대를 가지고 있어 고기라면 절대 지지 않는다. 아사도와 마찬가지로 소고기를 커다란 쇠꼬챙이에 꽂아 숯불에서 천천히 구워내는 방식이며, 소고기의 다양한 부위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닭고기도 내어준다. 슈하스꾸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래도 기본이 부페이다보니 원하는 고기를 원하는 만큼 맘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테이블 위에 컵받침 같은 종이 표지판이 있어, 녹색 면을 위로 향하게 두면 주방에서 쉴 새 없이 고기를 날라와 접시 위에 썰어주고, 힘들 때에 빨간 면을 위로 향하게 두면 그 동안은 고기 공급을 중단한다. 슈하스꾸는 사실 우리나라에도 브라질식 고기부페로 소개되어 익숙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 고기의 질은 브라질 현지에서 먹는 것과는 비교 조차 불가능하다. - Vemos! 보자!
– 마추픽추 Machu Picchu : 페루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추픽추를 보기위해 이 나라에 도착한다. 고산 지대인 쿠스코에 도착하면서부터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아진다. 쿠스코에서 오얀따이땀보를 거쳐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 당도하기까지 잉카 제국의 흔적들을 정신 없이 쫓아가다 보면 마침내 마추픽추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시종일관 안개가 끼어있는 이곳에서 한없이 앉아있다가 마침내 안개가 걷히고 마추픽추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그 경외감이란 말로썬 도저히 표현하기 힘들다.
– 우유니 소금사막 Salar de Uyuni : 수 많은 여행자들의 꿈의 여행지. 남미 국가 중에서도 접근이 힘든 편인 볼리비아에 있기에 단독으로 찾아가기는 힘들지만, 남미를 일주하는 여행자들이라면 반드시 우유니를 일정에 포함시킬 것이다. 워낙 예쁜 사진들이 많이 소개 되어 여행자들에게 환상을 잔뜩 심어주지만, 사실 우유니를 여행하기는 그닥 쉽지만은 않다. 적어도 3~4일간은 문명과 떨어져 살며 샤워도 포기해야하며, 해발 5000미터가 넘는 고산을 넘나드는 힘겨운 여정이 계속되고, 직사로 내리 꽂는 햇살은 바닥에서 다시 반사되어 위아래로 살갗을 태우고, 발바닥은 하루 종일 소금에 절여져 따끔거리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모두들 우유니 여행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이유는 그 이상의 멋진 추억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 달의 계곡 Valle de la Luna : 지구 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인 아타카마 사막, 이곳에는 남미에서 가장 특이한 풍경을 보여주는 곳 중 하나인 달의 계곡이 있다. 말 그대로 달의 표면과 비슷한 계곡인데, 자연이 조각한 기암 괴석들을 지나 트레킹을 하다 보면 멋진 달 표면 전경을 배경으로 석양이 지는 환상적인 장면을 볼 수 있다.
– 토레스 델 파이네 Torres del Paine : 파타고니아 지방의 최고 하이라이트. 2박 3일 이상의 힘겨운 트레킹 일정 동안 고개를 숙연해지게 만드는 환상적인 풍경들이 연속적으로 스쳐지나간다. 대자연의 웅장함에 진정으로 압도당하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남미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장소다.
– 페리토 모레노 빙하 Glaciar Perito Moreno : 파타고니아 지방의 엘 칼라파테에서 만날 수 있는 거대한 빙하로, 무더운 이미지만 연상시키는 남미에서 가장 놀라움을 선사하는 경관 중 하나이다. 신발에 아이젠을 끼고 직접 빙하 트레킹을 할 수도 있고, 빙하 앞에 지어진 전망대 위에서 멋진 절경을 완상할 수도 있다. 가끔씩 빙벽에서 얼음덩어리가 무너져 내리며 호수 위에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키는데, 이때 들려오는 웅장한 소리가 이 거대한 빙하의 장엄함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 이과수 폭포 Cataratas del Iguazu :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폭포이자 나이아가라, 빅토리아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유명한 자연 경관. 제레미 아이언스의 <미션>이나 장국영의 <해피투게더> 같은 영화들에서 인상적인 배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국경이 맞닿아 있어, 양국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푸에르토 이과수(Puerto Iguazu)에서 보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알려져있고, 특히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el Diablo)라고 불리는 거대한 폭포수가 압권이다. 엘레노어 루즈벨트가 이과수를 보며 “오, 불쌍한 나이아가라! (Oh, poor Niagara!)”라고 탄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 Jugamos! 놀자!
– 리우 카니발 Rio Carnival :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세계적인 축제 리우 카니발.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 경 진행되는 이 축제는, 정말 축제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갖가지 화려한 장식으로 온 몸을 꾸민 이국 댄서들의 끝없는 쌈바 퍼레이드를 보고 나면, 왜 그토록 설운도 형님께서 그동안 쌈바의 여인을 불러대셨는지 뒤늦게 깨닫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대형 축제 답게 카니발 시즌에는 전세계에서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드는데, 치안이 불안정한 브라질 답게 브라질 소매치기와 강도들 역시 신나게 모두 모여 대목을 노리는 시기이므로, 인파에 휩쓸려 정신 없더라도 고가의 물건과 소지품은 꼭 붙들어 매고 단단히 챙기도록 바란다. 리우를 방문하는 시기가 카니발과 맞지 않더라도 리우에는 플라타포르마(Plataforma)와 같이 365일 쌈바 쇼를 즐길 수 있는 극장들이 여럿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 탱고 Tango : 브라질에 쌈바가 있다면 아르헨티나에는 그 유명한 탱고(땅고)가 있다. 탱고의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길거리 보도블럭에도 탱고 스텝을 알려주는 발판이 있을 정도로 탱고를 관광자원으로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라 보까(La Boca) 지구에 가면 무대에서 탱고 공연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식당이나 카페들이 많이 있고, 관광객들이 짧은 일정으로 탱고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탱고 스쿨들도 여럿 운영되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곳은, 장국영이 <해피투게더>에서 술을 홀짝였던 바 수르(Bar Sur)라는 바인데, 저녁 공연시간에 맞춰 가서 자리를 잡으면 선남선녀 탱고 댄서들의 멋진 공연과 반도네온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공연을 마치고 나면 이 아르헨티나 미남 미녀들이 관람객을 불러내어 같이 탱고를 춰주는 영광도 선사하니 꼭 방문해보길 바란다. 혹시 아는가, 당신도 숨어있던 특기를 발견하여 <여인의 향기>의 알 파치노 같이 뽀르 우나 까베싸(Por una cabeza)의 선율에 맞춰 멋진 탱고를 출 수 있게 될지.
#3 주의해야 할 사항
- 고산병
남미에 와서 여행자들이 고생하게 되는 흔한 원인 중 하나로, 안데스 산맥 지대의 관광지에서 해발 3000~5000미터를 넘나들다 보면 배낭여행 특유의 피로함과 겹쳐져 많이들 몸져 눕곤 한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어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 뛰어다니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고산 지대에 도착하자마자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지대와 다르게 평소보다 숨이 많이 가쁘고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모두들 겪을 것이다. 고산에서는 절대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고산병 증세가 느껴지면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코카차를 마시거나, 남미의 고산병 특효약인 소로체필(Soroche Pill)을 구해 복용하는 것이 좋다. 약을 구하지 못 할 수도 있으므로 한국에서 미리 타이레놀을 챙겨가 복용해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필자의 경우 현지 약국에서 소로체필이나 타이레놀을 구하지 못 해(사실 한국/미국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는 타이레놀이라는 상표명보다는 파라세타몰Paracetamol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으니 해외 약국에서 구입 시에는 참고), 약사에게 만국 공통어 진통제인 이부프로펜을 요청해서 효과를 본 바 있다. - 치안 및 안전
남미는 왠지 모르게 위험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지레 먼저 겁을 먹기 마련인데, 사실 생각처럼 그렇게 위험하지만은 않다. 어차피 그곳도 사람사는 동네고, 알고보면 다 비슷하다. 하지만 당연히 한국보다 치안이 불안정하여 위험한 일들이 간간히 발생하긴 하니 조심하는 것이 좋다. 특히 관광객은 강도나 소매치기에게 타겟이 되기 쉬운 입장이니 항상 주변을 살피고 조심하도록 하자.
– 남미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은 딱히 밤낮을 가리지 않으므로, 밤이나 낮이나 인적이 드문 곳을 조심하자!
– 각 도시마다 특히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 있다. 방문하는 도시의 우범지대는 리셉셔니스트나 먼저 온 여행자들을 통해 미리 파악하도록 하자!
– 사람 많이 모여있고 정신 팔기 좋은 장소인 식당, 대중교통 등에서 소지품은 절대 방치 말고 철저히 관리하자!
– 이유없이 친한 척하며 접근하는 현지인의 과한 친절은 경계하는 것이 좋다. 특히 음식물이나 음료를 건넨다면 정중하게 사양하도록 하자! (사실 알고보면 정말 착한 사람이었던 경우도 있다. 사람끼리 믿지 못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 실제 있었던 사건 사례
다음은 실제로 필자가 목격하였거나, 남미를 여행하면서 만난 다른 여행자들에게서 들었던 실제 사건 사례들을 모아본 것이다. 남미에서 관광객들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피해 사례이기도 하니, 미리 참고하여 비슷한 사건을 겪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하도록 하자.
[페루 리마] 택시 강도
페루에는 지붕에 표시등을 달고 일련번호가 찍힌 정식으로 허가받은 택시 뿐만 아니라, 대충 차에 택시라고 붙여놓고 택시처럼 영업하는 개인업자들도 많다. 워낙 비허가 택시들이 많긴 하지만 웬만하면 정식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리마에는 종종 택시 강도 관련 사건들이 보고가 되는데, 택시를 탔더니 앞좌석에 숨어있던 강도가 나타난다거나, 가는 길 중간에 갑자기 괴한이 합승하여 흉기로 위협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하니 택시를 고를 때 신중하는 것이 좋다. 사실상 택시 기사가 맘 먹고 외진 곳으로 차를 몰아 그 곳에 대기하고 있던 공범이 같이 위협한다면 딱히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긴 하다. 택시 강도는 페루 뿐만 아니라 볼리비아나 에콰도르 등지에서도 발생한다고 하니 택시를 이용할 때엔 약간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공식 택시 또는 라디오 택시(콜택시 개념)를 이용하도록 하자.[칠레 산티아고] 한낮의 가방 갈취
칠레는 남미에서 비교적 가장 안전한 나라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남미 국가들 중에서도 청렴하기로 유명하고(부패지수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보다도 우위), 치안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있다. 이 배경에는 칠레의 경찰인 까라비네로(Carabinero)들의 막강함에 있는데, 뇌물같은 것이 절대 통하지 않는 강직함으로 칠레의 자랑거리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칠레에서도 산티아고가 워낙 대도시다보니 가끔씩 겁대가리를 상실한 강도들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인적이 드문 곳에서 막무가내식의 가방 갈취를 당했거나 당할 뻔 했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 중요한 소지품은 언제 어디서든 경계를 늦추지 말고 잘 챙겨야 한다.[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오물 어택
유럽에서도 흔히 발생해서 유명한 사례인데, 잘 지나가고 있는 사람한테 갑자기 소스같은 액체를 옷에 몰래 뿌리고 이를 닦아 주겠다며 친절하게 접근하여 옷을 닦으면서 피해자가 혼란스럽고 정신이 팔린 사이에 가방 등을 몰래 훔쳐가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옷도 오염시키고 소지품도 빼앗아가 더블 데미지를 주는 아주 악질적인 방식인데 애초에 이들의 타겟망에 걸리지 않도록 시내 길거리에서 멍때리고 있거나 어리숙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은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이나 공원 등지에 가만히 앉아있을 때 발생한다고 하니, 잠시 쉬고 있을 때라도 주변은 항상 경계하도록 하자.[아르헨티나 멘도사] 무서운 언니들
필자가 들은 것 중 가장 황당하고 대책없는 사례다. 20대 초반 여성인 피해자가 한밤중에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숙소를 찾고 있을 때 길거리에 서있던 ‘거리의 언니들’이 시비를 걸며 애워싸기 시작하더니 여러명이서 몸을 못 움직이도록 붙들어 매고 배낭을 갈취해간 사건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 물질적인 피해 뿐 아니라 당시의 극심한 공포에 의해 정신적인 충격까지도 받을 수 밖에 없어 더 끔찍하다.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에는 딱히 대처 방법도 없다. 그저 밤에 혼자 걷는 것을 피하여 사전에 이런 일을 방지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브라질 상파울루] 멈출 수 없는 빨간불
브라질은 남미에서도 가장 치안도 좋지 않고, 도시 풍경 또한 삭막한 곳이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나라 전체에 부정부패가 만연하여 민심이 아주 엉망인 탓인데, 총기 범죄도 잘 일어나는 곳이니 브라질에선 특히 조심하는 것이 좋다. 상파울루에선 밤에 운전할 때에 정지 신호를 잘 지키지 않는다고 하는데, 차가 신호에 걸려 정차하고 있으면 그 틈새에 길가에 있던 권총 강도가 나타나 유리창에 총을 겨누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택시를 타고 있을 때에는 조심해야한다. 필자는 낮에도 택시를 타고 가다가 이상한 부랑자를 목격했는데, 택시가 신호에 걸려있는 사이에 내가 타고 있는 뒷자석 문쪽으로 걸어오더니 빈 병을 들고 위협을 하였으나 택시 기사님이 뭐라뭐라 포르투갈어로 쏘아 붙이시고는(포어를 모름에도 그것이 욕임이 느껴졌다) 바로 엑셀을 밟고 내달려 상황을 모면하였다. 브라질의 무서움이 바로 체감되던 순간이었다.[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거리의 양아치
쌈바의 열기와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도시 리우도 시가지 분위기는 삭막한건 마찬가지다. 영화 <시티 오브 갓>의 배경이 되는 무서운 슬럼가, 파벨라도 바로 리우에 있다. 물론 관광객은 비교적 안전한 이파네마 지역에서 대부분 머물겠지만, 한번 리우 센트로 지역이라도 구경하려고 하면 거리의 양아치들을 조심하는 것이 좋다. 이들은 길거리에서 갑자기 인상을 쓰고 와서는 포르투갈어로 열심히 뭐라뭐라 위협을 가하는데, 포르투갈어를 할 줄 모른다고 “Não falo português. (넝 빨루 뽀르뚜게스.)”라고 말하면, 네가 지금 말한게 포르투갈어가 아니냐며 뭐라뭐라 더 크게 소리치는 놈들이다. 필자가 만난 놈은 주머니에서 갑자기 뭔갈 꺼내 위협하려는 듯 하였으나, 그때 운좋게 다른 브라질 아저씨가 지나가다가 그 놈을 꾸짖어 준 덕에 황급히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이런 애들은 애초에 그냥 상종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대처인 것 같다.
무서운 이야기들로 글을 마무리하게 되었지만, 남미가 사실 그렇게 생각만큼 무시무시한 일들만 일어나는 지역은 아니다. 남미에는 그 이상으로 아름다운 풍경들로 가득하고, 생각지도 못 했던 어메이징한 일들이 일어나는 멋진 여행지다. 다만, 위험한 사고들은 지구 어디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니 언제 어디서나 여행할 때엔 되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고 너무 경계만 하면서 여행을 하다간 여행의 소소한 재미와 매력들을 다 놓쳐버릴 수 있으니 잘 조율하도록 하자. 개인적으로는, 티끌없이 순박하고도 친절한 아름다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곳이 남미였다. 길지 않았던 시간이었지만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고 예쁜 추억을 같이 서로 많이 만들었다. 남미 여행을 앞둔 여러분께 축복을 기원하며, 모두들 각자 수천 가지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쌓고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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